키노라이츠

인생면허시험

Learning to Drive

85.71%
67% ·
6.4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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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보

뉴욕에 사는 우아하고 지적인 문학평론가 ‘웬디’(패트리시아 클락슨)는 7년마다 외도를 반복하던 남편이 마침내 이혼을 요구하면서 21년차 결혼생활이 위기에 놓인다. 답답한 마음에 멀리 시골에 있는 딸을 만나고 싶어도, 운전은 늘 남편의 몫이었기에 남편 없이는 떠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남편만 의지한 채 살아온 자신을 자책하던 중, 인도 이민자 택시운전수 ‘다르완’(벤 킹슬리)에게 운전교습을 받기로 결심한다. “운전은 자유를 선사하죠, 사람들의 돌발행동에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운전할 때도 실생활에서도!” 웬디는 다르완의 가이드에 따라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서면서, 흔들림과 불확신 속에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하는데…

감독/출연

이자벨 코이젯트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
패트리시아 클락슨
패트리시아 클락슨
벤 킹슬리
벤 킹슬리
그레이스 검머
그레이스 검머
제이크 웨버
제이크 웨버
맷 샐링거
맷 샐링거
다니엘라 라벤더
다니엘라 라벤더
사리타 초우드리
사리타 초우드리

키노라이츠 지수

별로예요 14% 좋아요 86%

모든 리뷰
·4.0
노력하기의 아름다움

사람의 마음은 모순으로 가득차서 단 한사람이 등을 돌렸을 뿐인데도 온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린 것 같은 착각을 하곤 한다. 고통 속에 있을 때, 낯선이의 따뜻함이 뜻밖에 큰 위로가 되곤 한다. 그렇게 낯선이의 따뜻함에서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 영화는 뉴욕에 사는 웬디와 다르완에 대한 이야기인데,
웬디의 이야기는 이렇다. 웬디는 문학평론가로, 말들에 파묻혀 살았다. 웬디에게는 말과 글이 중요했다. 책에 파묻혀 있으면 모든 걸 잊고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7년마다 바람이 났다가 돌아오기를 벌써 두번째인 남편이 세번째 바람이 난 이번에는, 정말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다른 여자와 살겠다고.
다르완은 인도에서 왔다. 정치적 망명을 한 미국 시민이다. 낮에는 운전교습을 하고 밤에는 택시 운전을 한다. 인도에서는 대학 교수였지만 미국에서는 테러범 취급을 받으며 인종차별로 부당한 대우를 자주 받는다. 그래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감옥까지 갔다 왔다. 여자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사람좋은 다르완은. 가족이 중매해준, 처음 보는 여인과 결혼을 하려는 참이다.
이제 막 관계가 파탄이 난 웬디와 그의 남편이 다르완의 택시를 타면서 웬디와 다르완의 인연은 시작된다.

같은 영어로 대화를 하지만 살아온 문화와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은 운전 교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인생의 시련(성경에 의하면 어쩌면 시험)이 닥쳤을 때의 고통과 황망한 상실감을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 그 상실감과 고통은 대개 웬디역의 패트리샤 클락슨이 담당했다. 무척 매력적이고 섬세한 배우다. 21년 간의 결혼 생활이 끝났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그녀가 무척 짠했다. 처음에는 많이 배운, 매력적이고 능력있는 여자가 왜 그럴까 싶었는데, 그녀는 남편에게 미안했던 것 같다. 이혼으로 재산분할 하는 장면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그 집에서 우린 어리석었고, 부부로서 헛살고,
나눠야 할 사랑과 해야 할 싸움은 안 하고 책만 계속 읽다가 완전히 눈이 멀어 버렸죠."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그 둘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웬디는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미안했던 것이다. 싸우는 것을,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남편과 멀어진 것은 아닌지. 마음의 공간에 그와의 앙금을 붙잡고 있어서 정작 있어야할 사랑의 자리는 밀어낸 것은 아닌지. 미안해서, 기다리는 고통으로 자신을 벌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를 다르완이 밖으로 끌어낸다. 웬디는 여태껏 운전을 할 줄 몰랐다. 남편이 운전을 해서 어디든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이제 남편은 없다. 다르완은 '나도 어머니가 항상 요리를 해주셨기 때문에 요리할 줄 몰랐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안계시고 저는 먹으려면 요리를 해야 하죠.'라며 침착하게 웬디를 이끈다. 웬디는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결국 혼자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다르완은, 자신만 믿고 인도에서 미국으로 온, 처음 만나 하루만에 결혼한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와 아내는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소통과 말에 능한 웬디에게 묻는다.

"아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미국을 무서워하고 나를 무서워해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요.
당신을 위해 노력할 거라고.
극복하기 위해 매일 노력할 거라고 해요.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요."

웬디의 대답에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이런 노력이었다. 그를 만났고 마음이 맞은 것이 이미 기적이었다. 그러니 꿈같고 마법같은 사랑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과 나 그 자체로. 서로 노력하겠다는 결정과 다짐. 그거면 됐다. .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은 그래서 불안했다. 그냥 사랑은 감정이라고, 순간이라고 말하면 무서웠다. 인생에는 시련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은, 무엇보다 나는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이라 순간의 완벽함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았으나 그런 사랑은 쉽게 바스라졌다. 나는 마음껏, 계속계속 노력하고 싶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 웬디와 다르완에게도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험이 주어지고, 자상히도 그 '피할 길' 또한 난다. 하지만 그 길은,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 하루하루 용기내어 앞으로 나아갔을 때 만들어 졌다. 조금씩 용기내고 노력했을 때 나의 길이 된다.

노력할 때마다 멀어지고 상처받았던 어떤 관계가 떠올랐다. 나의 방식이 잘못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고통으로 좁아져서 한 사람이 등을 돌렸을 뿐인데 온 세상이 나한테 등을 돌렸다고 느꼈다. 가끔 세상은, 나에게 영화로 말한다. 대개 그런 경우는 내가 아무말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울 때다. 영화로 말할 때, 사실, 그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어떤 장면을 통해서 그냥 내가 여기 있다고. 나는 등돌리지 않았다고 담담히 말해준다. 그러면 나는 내가 꿈꾸는 세상을 영화 속에서 발견한다. 답을 얻거나 질문을 발견한다. 솔직히,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게 상처주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면 영화가 나한테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 '세상'이던가.



***벤 킹슬리라는 배우는 너무나 멋지다. 특히 조너던 글레이저 감독의 '섹시 비스트'에서 정말 홀딱 반해버렸다. 내가 알던 간디가 아니더라. 정말 180도 다른 매력의 다른 생물(!) 이었다.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인생면허시험'에서는 한없이(?!) 침착하고 사람좋은 또 다른 생물이었다! 영화를 듬직하게 이끌고 간다. 귀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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