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라이츠

당신의 부탁

Mothers

82.26%
68% ·
5.9 ·
3.4



지금 여기서 감상

작품 정보

“제가 엄마는 처음이라서요”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 효진(임수정)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미란(이상희)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하며 혼자 살아간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효진 앞에 어느날 갑자기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살 종욱(윤찬영)이 나타난다. 오갈 데가 없어진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 효진은 고민 끝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2018년 꼭 들어주고 싶은 첫 번째 부탁이 찾아옵니다

감독/출연

이동은
이동은
감독
임수정
임수정
윤찬영
윤찬영
이상희
이상희
오미연
오미연
서신애
서신애
한주완
한주완
김선영
김선영

키노라이츠 지수

별로예요 18% 좋아요 82%

모든 리뷰
·4.0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오래전 장진 감독은 한 GV현장에서 '우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얘기인 즉슨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 우연을 통한 전개를 내세우는 것은 굉장히 쉬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장진 본인도 이야기를 쉽게 만드는 지점에 대해 간단하게 수긍했다. 이야기에 있어 '우연'이라는 것은 대단히 만능으로 작용한다. "우연히 만났다", "우연히 들었다", "우연히 보았다" 등. 어떤 이야기건 '우연'과 만나면 시작하는데 큰 무리가 없게 된다.

2.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은 엄밀히 따지면 '우연'은 아니다. 사고로 남편(김태우)을 잃은 32살 효진(임수정)은 힘겹게 학원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죽은 남편의 아이인 종욱(윤찬영)이 나타난다. 죽은 남편의 동생 집안에서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이의 나이는 16살이다. 효진과 종욱이 만난 것은 차라리 필연에 가깝다. 남편의 동생은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필요했고 가장 적절한 사람이 효진이었기 때문이다. 필연적인 과제 앞에서 효진은 선택의 기회가 있었고 결국 아이를 맡기로 '선택'한 것이다.

3.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우연'히 출발한 여러 이야기들과 다른 아주 지능적이고 어렵게 씌여진 이야기일까? 사실 이것은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엄마가 아이를 갖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아이라는게 "오늘 아이를 가질테다"라고 결심해서 가져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내가 너와 만날거야"라고 해서 엄마와 아이가 만나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깐 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이는 '우연히' 만난 것이다. '당신의 부탁'은 여기서 발상을 전환해 '필연적으로 만난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4. '당신의 부탁'은 이 '필연'과 '우연'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효진의 친구인 미란(이상희)과 종욱의 친구인 주미(서신애)는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 미란의 남편은 집에서 얼굴 보기도 힘든 경찰이지만 그 많지 않은 기회에 '우연히' 임신이 성공한다. 주미 역시 아는 오빠와 계획에도 없이 임신에 성공한다. 그리고 효진의 엄마 명자 역시 자기 배 아파서 효진을 낳았다. 물론 효진은 계획에 없는 아이였다. 미란과 주미, 명자는 '엄마'의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단지 세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배 아파서 낳은 아이인 것이고 그만큼 각별한(애증) 관계라는 것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5. 사실 이 이야기에는 필연적으로 아이를 얻은 사람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주미의 이모인 서영(서정연)이다. 서영은 어린 주미 대신 그녀가 낳은 아이를 입양해 키우기로 결심한다. 단 서영과 효진 사이에는 차이점이 하나 있다. 아이가 어떤 상태로 그들에게 왔냐는 점이다. 나는 우선 '갓난아기에게는 자아정체성이 없다'는 것을 정의내리도록 하겠다. 정체성이 외부로 표현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증명하기란 어렵다. 서영이 키우게 될 아이는 정체성이 없다. 그 정체성은 부모와 가족들이 만드는 것이다. 물론 더 자라고 나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정체성은 변하게 될 것이다.

6. 반면 종욱은 온전히 정체성이 확보된 인격체로써 효진과 만났다. 그러니깐 이것은 1과 0이 만난 것이 아닌 1과 1이 만난 셈이다. 당연히 충돌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관계,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하지도 않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엄마에게 할 수 있는 시그니쳐 멘트를 하나 떠올려보자.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 아이는 자라면서 한 번 이상은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주로 자신만의 세계와 생각을 부모가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부모는 내 자식이니 다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부모는 자기 자식의 속을 잘 모른다.

7. 즉 부모와 자식이 어떻게 만나건 그 인격은 온전히 개인만의 것이다. 어떤 관계건 부모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자식이다. 영화는 이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명료하게 '마음대로 안되는 자식'을 배치시켜둔다. 이 말을 조금 비틀어보자. 종욱의 친모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연화(김선영)와 종욱이 만나는 장면. 일단 영화는 노골적으로 연화의 친모여부를 붕괴시킨 듯 하다.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눈치다. 친모건 아니건 '엄마'의 그 마음은 피(血)를 초월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효진과 종욱은 처음에 비해 많이 가까워졌다. 아마 두 사람은 꽤 가까운 모자(母子)관계가 될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진 연화의 애틋함은, 몇 년 후 효진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8.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영화에는 효진, 미란, 명자, 주미 등 다수의 엄마들이 등장하지만 아버지는 죽거나 바쁘거나 사라졌다. "자식과 가장 가까운 관계가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다소 편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식을 열달동안 뱃속에 품는 사람이 엄마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명제가 될 것이다. 물론 효진을 통해 영화는 이 '10개월'을 뛰어넘는 모정을 제시한다. 이것은 여느 '엄마영화'처럼 슬프고 절절한 신파가 아니라 각자의 인격체로써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기에 더 깊게 다가온다. '모정'은 '배 아파서 낳았다'는 책임감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관계처럼 다가서고 가까워질때 생기는 것이다. 사실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지점에서 이 이야기에 '모정'은 필연적인 화두가 돼버렸다.

9. 결론: 세상에 수직적인 인간관계는 없다. 가족이라도 마찬가지다.


7개0개

·3.5

어쩌면 잔소리같은 말이다. 그냥 가벼운 부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넘길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당신께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서서히 알아갈 것이다. 결국 그들이 잔소리 아닌 부탁을 하는 의도는 당신의 자식인 우리가 더욱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고마운 것은 그들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 져준 것이다. 영화 속 종욱이의 상황처럼 다른 어른들이 포기했을 때 자신을 책임지겠다고 한 사람이다.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헌책같은 종욱을 기꺼이 받아준 그녀다.

영화는 막장이라고 부를수도 있는 이야기와 설정이다. 그러나, 그 상황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며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연스러운 생략으로 시간의 경과를 조금씩 보여주고, 그들의 관계가 하나의 큰 사건 혹은 누군가 한 명의 일방적인 리드가 서로 조금씩 이해를 하면서 그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사람의 마음은 결코 한 번에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신뢰가 쌓이면서 서로를 믿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굳이 자신이 먼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속에 얻어지는 것이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3.5 / 5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가는 긴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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