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라이츠

쁘띠 마망

Petite M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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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보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 마리옹과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온 넬리. 어린시절 엄마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넬리는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 마리옹을 만나게 된다. 단숨에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는 넬리와 마리옹! 하지만 넬리는 이 우연한 만남 속에서 반짝이는 비밀을 알게 되는데…

감독/출연

셀린 시아마
셀린 시아마
감독

키노라이츠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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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현재가 과거에 걸어가 전하는 위로

그러게, 당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아픔이 두렵고, 이별이 슬프고, 혼자가 마냥 심심하던 시절이, 그럼에도 다가오는 마음을 믿어보고 나를 향한 커다란 손길에 안심하던 시절이. 나는 희망이 미래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아니었구나, 희망은 과거에서부터도 올 수 있구나. 같고 또 다른 시절의 포개짐을 바라보면서 이 영화가 때때로 내 목을 끌어안고 있음을, 내 등을 쓸어주고 있음을 느꼈다. 지나간 시간을 주로 후회로 채우고 있던 내게 <쁘띠 마망>은 지난 시절에 있었을 마음을, 사랑을, 그리고 그것이 내게 심어주었던 희망을 더듬어 보게 했다.

영화는 시절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다. 그저 담담하고, 의젓하다. 영화 자체가 작은 손으로 나뭇가지들을 옮겨 오두막을 짓던 넬리와 마리옹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슬픔과 절망 속에 위로의 틈을 만들어주려는 따뜻한 노력이 느껴졌달까. 그 틈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씩씩하게 걷던 아이들, 나의 어린 시절도 그 길을 따라 걸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그때의 당신들에게 지금의 내 존재로 힘을 주고 싶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내가 없어도 좋으니 그때의 당신을 선택하길 바라왔던 이전의 생각들은 넬리와 마리옹 앞에서 말끔히 지워져 버렸다.

누군가는 미처 잘 듣지 못할지라도 나는 언제나 귀 기울이고 있다고, 현재가 과거에 걸어가 전하는 위로가 여기에 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교감에,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인 위안을 얻는다. 잊고 있던 이름을 길어 올리고, 우리의 연결엔 분명한 이유와 같은 모양으로 포개져 온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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